
전시장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사진.
무엇이 그리 급하길래 옷도 못 챙겨 입고 달리시나요;;;

전시는 무언가를 위해 달리는
인간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전시장에 딱 처음 들어가면
귀여운 소년이 허겁지겁 달리는 영상이 나온다.
친구가 자기 때문에 내일 학교에서 혼날까 봐
친구를 위해 달리는 것이었다.
조그만 몸으로 온힘을 다해 열심히 달리는 꼬마가
순수하고 귀엽다.
이후 전시에서는 다양한 러너들이 소개된다.



나체로(?) 전력 질주하는 러너,
한쪽 다리를 잃고서도 달리는 러너,
첫 번째 여성 마라토너까지.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스포츠이다.
과거의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서
능력을 증명해 보인다.
한편 이전의 것을 뛰어 넘는다는 그 본질 때문에
기존의 관습과 한계를 부순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그렇기에 달리기는 때때로 매우 도전적이고
사회적인 행위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달린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일행과 보폭을 맞추는 일체감이 그리워서일 수도 있다.
달리는 이유에 대해 공감이 되었던 글귀.
나 역시 오롯이 혼자이고 싶으면서 동시에
함께 힘을 얻고 싶어 마라톤에 참여한다.
한편 전시 공간 바닥에
트랙 디자인을 입힌 게 인상적이었다.

이번 하프마라톤을 달릴 때 필수품이었던 두 가지.
바로 '이어폰'과 '비상 식량'.
이 둘이 없었다면 시간 내 완주를 할 수 있었을까?
특히 비상 식량으로 챙겨갔던 에너지 젤이
신의 한 수였다.
14km 지점에 에너지 젤을 먹지 않았다면....(아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전설적인 러너 자토펙 씨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 알았다 ;;
그가 한 말들은 가슴에 깊게 들어왔다.



의지라는 것은 연습할 수 있는 거야.
(훌륭한 성과의 선수들은)
훈련 계획을 아주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정직하게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피겨 퀸연아의
"뭘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명언이 생각났다.
매일 성실하고 정직하게 훈련한다고
모두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아주 양심적으로
매일의 훈련을 수행했다.
여기서 '양심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이 보고, 알고 있으므로
자발적으로 알아서 매일의 훈련을 해내는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말.
사소한 의무라도 매일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의지력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지.
공교롭게 전시를 가기 전에 교보문고에 잠시 들러
책 <마이크로 리추얼>을 읽었다.
거기서 말하는 '마이크로 리추얼'의 개념도 비슷했다.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행동같아 보여도
그걸 매일 꾸준히 같은 시간에 할 수 있다면
'지속성'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더해진다.
그로 인해 내 삶을 지속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사실 달리기는 사소한 일은 아니다.
좋아하는 운동이지만 달리러 나갈 때마다
힘들고 귀찮다.
하지만 달리고 난 이후의 나는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할지 알기 때문에
오늘도 그 힘듦과 귀찮음을 이겨내기 위해
양말을 신고, 옷을 갈아 입고, 머리를 묶는다.
가장 오래 달리려면
가장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말을 새기며
전시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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