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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의 기록

75세, 월남 파병, 호박 같이 동그란

오늘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스마트폰 사용법에 궁금증이 있는 어르신께 사용법을 알려 드리는 봉사였다. 처음으로 문의하러 오신 어르신은 지하철 내에서 가끔씩 와이파이가 끊기는 이유를 물어보셨다. 지하철의 문제인지 자신의 폰의 문제인지 물어보셨다. 본인이 폰 업데이트를 잘 안 해서 그런 것이냐고 물으셨다. 간단히 폰을 살펴보니 와이파이 연결 상태나 통신 데이터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말했다. 지하철 몇몇 구간이 와이파이가 잘 안 되는 구간이 있어요. 거길 지나실 때는 와이파이가 끊기실 수 있어요. 이후로 시작된 할아버지의 이야기. 골프를 좋아하는, 75세인, 월남 파병을 다녀온, 덕분에 나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말년에 운이 좋다는, 좋은 짝을 만나는 방법, 당신도 내 나이적에 어여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으나 호박 같이 둥근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헤어진지 벌써 15년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할아버지는 유쾌한 성격이셨다. 말씀도 잘하시고 잘 웃고 에너지가 넘치셨다. 그런데 호박 같이 둥근 전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사신지 15년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어쩐지 유쾌한 얼굴이 조금은 슬퍼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