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조언이 담긴 책. 최근 나는 방황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이런 상태가 지속된지 벌써 1년도 훌쩍 넘었다. 이 길이 맞을까,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최초에 이 일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보고 있다, 그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첫 1년은 나름대로 원하는 분야에 왔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지금은 모르겠다. 여전히 내가 하는 분야에 확신이 없다. 적성에 안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큰 흥미가 생기지는 않는다. 전보다 훨씬 더 잘해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크지 않다. 솔직히 무엇이 더 잘해내는 상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뭘 잘하는 게 잘해내는 걸까 싶다.
방황하는 와중에 습관도 무너졌다. 어느 순간 시간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한다. 운동을 조금 하다가 무의미하게 TV를 보다 잠든다. 다시 출근한다. 이런 삶 속에서 나는 몸은 안정되었고 마음은 불안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1~2년 사이에 습관에 관심이 생겼다. 여러 매체에서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무기력한 상태에서 빠져나올 때 사소한 행동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나에게도 몇 가지 습관이 있다. 마음에 드는 습관들과 죽을 만큼 싫지만 죽어도 바뀌지 않는 습관들. 습관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전부터 궁금했던 이 책을 사서 읽었다. 한동안 우울과 무기력하다는 느낌에 괴로웠던 적이 있다. 유투브 알고리즘을 타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읽지는 않았다. 예전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고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실제 변화는 지속되지 않아 허무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 책도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된 추측이었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단순히 독자에 감명을 주고 동기부여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이 책의 주제는 당연히 습관이다. 하지만 습관만을 다루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습관은 우리의 삶, 정체성, 시간 관리, 성공까지 삶의 일련의 과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습관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그동안 습관을 꾸준히 이어져 와야지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습관을 매우 분절하여 설명한다. 첫 2분부터 시작해서 지속하고, 중간에 실패하였다 다시 시작하고, 그러다 습관이 자리잡혔을 때 지루함을 느끼고, 지루함을 견뎌낸 이후에 복기하고 다시 재설정하는 것까지. 흔히 습관을 들이려고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면밀하게 단계별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누구나 습관의 어느 일정 단계에는 도달해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꾸준히 이어지는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내가 갖게 된 가장 성공적인 습관은 달리기이다. 책에서는 습관(행동)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면 별다른 큰 노력 없이도 지속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달리기는 나의 정체성의 일부이다. 나는 마라톤을 나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저 달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다. 그런 면에서 달리기는 내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고통스러워 하지 않으면서 이어나가는 습관이 되었다. 동시에 저자는 말한다. 어느 한 정체성이 너무 큰 비중을 갖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삶은 알 수 없다. 혹여나 내가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일시적으로나마) 왔을 때 겪을 상실감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한편 저자는 정체성은 편집되고 변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몇 가지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나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정체성이다. 나는 이 정체성을 바꾸고 싶다. 나는 아침을 생산적으로, 내 마음에 들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정체성은 부여받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고 편집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으로 그 증거를 모으고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나는 내 정체성을 떠올려 보았다. 이전에는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라는 물음에 할 말이 꽤 많았다. 나는 영어 공부를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교류하길 즐기고, 새로운 공간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고, 몸을 움직여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해주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증거들이 희미해졌다. 관련된 행동이나 습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판교에서 진행되는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에 참가 신청을 했다. 매주 정기적으로 이 클럽을 나간다면 영어를 즐기고 새로운 사람과 교류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다시 봉사활동을 신청할 것이다. 어르신 스마트폰, 태블릿 기기 학습을 돕는 봉사활동에 지난 번에 신청했지만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가지 못했다. 그러고 시간이 몇 달 흘렀다. 나는 다시 봉사활동에 신청해 여전히 타인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정체성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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