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지 손톱 주위를 물어뜯는 나쁜 버릇이 있다. 한번 뜯기 시작하면 피가 날 때까지 뜯는다. 이 버릇은 벌써 10년도 넘었다. 올해는 꼭 고치자, 다짐하며 최근 엄지 물어뜯기 방지용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쓰기 굉장히 불편했다. 그때 깨달았다. 스마트폰은 반드시 '엄지'를 사용한다라는 전제 하에 모든 UX가 구현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스마트폰을 손으로 잡고 쓴다'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잡았을 때 자연스럽게 엄지가 남기 때문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 엄지를 쓰지 못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그전에, 엄지를 쓰지 못하는 상황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나같은 케이스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쓰는 제품의 사용법을 반드시 하나의 손가락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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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은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누구나 쓸 수 있음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누구나'는 절대 다수를 뜻한다. 그러나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편성'은 오히려 소수를 포용할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예외적인 사용자의 사용성을 고려했을 때 보편성이 달성된다.
엄지를 못쓰는 사람은 어떻게 스마트폰을 쓸 수 있을까? 나아가 손을 쓸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스마트폰을 쓸까? 극단적으로는 루게릭병ALS 또는 신체 마비를 겪는 사람은 스마트폰 또는 보완대체 의사소통 기기AAC는 어떤 방식으로 조작할까?
병이나 장애로 인해 AAC를 활용해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에게 AAC는 보완이나 대체가 아닌 필수 도구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과연 요즘같은 세상에 스마트폰 없이 사람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나 AAC 모두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필수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용성을 담보하는 것은 중요하며 예외적인 사용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갑을 벗으며 생각했다. 엄지가 아니라면 무엇이 될 것인가? 검지? 목소리? 눈동자?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궁금해 해야겠다.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11612
엔씨문화재단 ‘나의AAC’ 전면 개편
엔씨문화재단이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앱 ‘나의AAC’를 전면 개편했다고 11일 밝혔다. AAC는 말이나 글로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의 대화를 돕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음성과 그림이 함께 전달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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