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직장에서 글 쓰는 일을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글쓰는 직업은 작가만을 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기술직이 아닌 사람에게 회사 생활은 곧 글쓰기였다. 물론 첫 번째 직장에서는 작가와 비슷한 일을 했다. 책 컨셉을 기획하고 원고를 직접 쓰고 교정 교열을 하고 편집하고 출판했다. 책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덕분에 글쓰는 것에 두려움은 없다. 일로서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글을 쓴다고 생각했을 때 막막함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크다. 그래서 두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직을 하고 나서 전만큼 글을 쓰지 않는다. 업무에서도 글을 쓸 일이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일기를 지속해서 쓰지 않는다. 학생 때는 항상 가방에 일기장을 넣고 다녔다. 공강 등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돈을 아끼려고 값싼 커피집에 가서 시간을 때웠다. 그때 종종 일기를 썼다. 그때 쓴 일기들을 지금 보면 마치 그때의 나를 마주하는 것처럼 생생한 기분이 든다. 지나간 날들이 매순간 떠올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기를 마주하는 순간 그 감각이 떠오른다.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지나간 날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인생에서도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다. 글을 마주하는 순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때 그 시절의 내가 하던 생각을 되짚어보면서 그때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 행복했던 순간, 치기어린 마음, 고민과 슬픔들까지도. 모두 나의 일부로 간직할 수 있다. 글쓰기만큼 글쓰는 순간의 나를 가장 잘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영상도, 그림도, 녹음도 글만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나란 사람의 성향이 글로써 사고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치 말하듯 쓴 글로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계속 글을 쓰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첫 직장과 관련이 깊다. 첫 직장에서 글쓰기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매우 짜릿한 일이다. 그때의 경험을 잊지 못해서일까.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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