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초, 2초, 3초... 초마다 한 발씩 앞으로 내딛으며 숨을 들이 쉬고 내쉰다. 1초마다의 시간을 붙잡고 온전히 느끼는 기분이다. 마치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치는 것 같다.
시간은 빠르다. 눈코뜰새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간은 지나 있다. 그런데 달릴 때만큼은 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진다. TV 앞에 앉으면 한두 시간은 '순삭'되는, 그정도로 즐길 거리가 많은 이 시대에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은 귀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 이렇게나 길었구나, 그런데 나는 그 귀한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언젠가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의 넷플릭스 다큐를 잠시 본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자신이 가진 이 많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고. 바로 시간이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오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고. 얼마인지 모를 내게 남은 시간을 최대한 소중하게, 만끽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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