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함께한 계절>을 읽고
어떤 책은 읽을 때 쏟아지는 정보를 소화하느라 바쁘다. 어떤 책은 읽는 사이 사이에 여백이 많아서 잠시 쉬어간다. 함께한 계절이라는 책은 쉴 틈이 많은 책이다. 정보로 머리를 채우기 보다는 얼마 되지 않는 문장들을 읽고 나 스스로 마음 깊숙한 곳부터 차근히 채우게 된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 관한 책이다. 병에 걸린 아버지와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움켜쥐었던 아버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가득히 담았다.
사진 속 아버지는 언제나 정갈한 옷차림에 멋쟁이다. 흔히 요즘 시대의 패션이다. 치매 환자가 품질이 좋아 보이는 옷을 색깔 맞추어 입었다는 것. 그것은 주변 사람들의 애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늘 좋은 옷, 좋은 것만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 가족들의 마음. 사진 속 당신만큼은 결코 어디에서도 병에 잠식되지 않아 보이길 바라는 마음. 비록 일상은 완전히 잠식당했을지라도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와 아빠가 생각났다. 인생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문장에서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문득 엄마에게 지나온 인생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엄마는 지금까지의 엄마의 인생을 잘 보듬어주고 계실까. 그 평가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 나라는 평가 요소에 내려진 점수는 몇 점일까. 이런 생각들은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한편 흔히 사람들에게 '아빠'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감을 가지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어떤 추억을 보통 떠올릴지도. 보편적인 것 없겠지만 공유하고 있는 느낌같은 게 있지 않을까. 아빠를 향한 애틋함은 엄마에게 느끼는 것과는 달라 보인다. 나는 솔직히 그게 뭔지 모르겠다. 아빠를 주제로 한 모든 것을 볼 때마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이 책을 출근하는 통근 버스 안에서 읽었다. 솔직히 아침에 읽기에는 부적절했다. 너무 감정적으로 변해서 울컥했다. 길지도 않은 이 책을 한숨에 다 읽지 못해서 몇 번이고 나누어 읽었다. 펼쳤다가 읽다가 덮었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펼쳤다가를 수십 번. 책을 읽고 난 이후에 여운이 너무도 길고 그 여운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회사 앞에 다다른 것이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