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의 기록
내 친구 수진이는 책을 좋아한다.
세상슴슴
2021. 7. 4. 21:45
수진아, 잘 지내지. 요즘 뭐 읽어. 내 친구 수진이는 책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수진이에게 연락하면 나는 안부 대신에 요즘 읽는 책을 묻는다. 수진이는 늘 무언가를 읽고 있다. 무언가를 읽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무슨 일이 있는 거다. 수진이는 곧바로 책 제목을 말한다. 거의 항상 책 제목이 바뀔 정도로 끊임 없이 읽는다.
수진이는 내가 유일하게 부담 없이 책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친구다. 처음 수진이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수진이는 사람들을 잘 챙겼지만 늘 혼자 있기를 선호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어김 없이 책을 읽었다. 언젠가 수진이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수진이와 나는 각자 누워서 책을 읽었다. 수진이는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침대 머리에 발을 올린 채 기형도 시집을 읽었다. 수진아, 기형도 시인 좋아해? 응. 사실 너무 많이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좋아. 뭐가 그렇게 좋은데? 그냥. 음울한 그 분위기 같은 거.
수진이는 밝고 순수한 타입은 아니지만 에너지가 있는 친구다. 에너지의 원천은 무한한 해맑음이 아닌 깊게 다져진 고민과 경험이라고 해야 할지.